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다음 각 호의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한다. 다만, 제1호의 보험급여 중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1. 제36조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

2. 제45조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의 권리

3. 제46조에 따른 약국의 권리

4. 제89조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권리

5. 제90조제1항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등의 권리

②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


 

그런데 보험급여 가운데는 a. 근로복지공단의 장해판정 등이 있어야지 비로소 b. 보험급여의 지급이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1)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반드시 a.판정을 먼저 받은 이후에야 b.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요?

2) 점차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라면, b.그 보험급여의 청구를 할 수 있는 시점, 즉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언제일까요.

이 점들과 관련하여 2019. 7. 25.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1]

판례의 사안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증상이 점차 악화되어 이윽고 사망하고 그 유족이 공단에 급여를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은 1) 사망자 및 그 유족이 장해판정을 받은 바 없으므로 급여를 지급할 수 없고 2) 소멸시효도 이미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동일했습니다.

1) b.급여의 청구를 받으면,  공단으로서는 a. 장해판정까지 해서 급여의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지, 장해판정을 받지 않았다고 하여 급여의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고

2) 사망자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태였고, 이처럼 증상이 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멸시효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3]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습니다. 특히, 2)와 관련하여 판단이 달랐습니다.

1)과 관련해서는 1,2심 법원의 판단과 같이, 장해판정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급여의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았고, 청구를 받은 공단은 장해판정까지 함께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와 관련하여서는 1,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고,

장해판정과 상관없이 당사자는 공단에 급여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 소멸시효도 장해판정과 상관없이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에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안에서는 당사자가 가장 높은 장해등급에 도달하였습니다.) 즉 지급요건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에 도달하여 급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진단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고 하여 증상이 고정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4]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증상이 고정되지 않고 악화되는 경우라도 소멸시효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이 소멸시효는, 특히 신체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으므로,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진단 결과 장해등급이 나올 정도의 병증이 확인되면 먼저 급여의 청구를 해 두는 것이 안전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판결의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취소] [공2019하,1683]

원고, 피상고인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감천 담당변호사 박호현 외 1인)

피고, 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4. 5. 선고 2017누825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진폐요양신청 및 판정절차를 미이행하였다는 처분사유에 관하여

원심은, 망 소외 2(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처인 소외 1이 확정된 선행 판결을 근거로 망인이 이미 결정된 진폐장해등급(제7급)과 다른 진폐장해등급(제1급)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그 차액 상당의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하고 있는 이상 피고로서는 망인이 이미 결정된 진폐장해등급(제7급)과 다른 진폐장해등급(제1급)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되었는지를 심사하여 보험급여에 대한 결정을 하여야 함에도, 망인이 사망 전 진폐요양신청 및 판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1의 청구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진폐보상연금 청구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처분사유에 관하여

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는바(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산재보험법 제91조의3, 제91조의8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의 경우 진폐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의 정도 등 진폐 장해상태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83조의2 [별표 11의2], [별표 11의3]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① 망인은 1986. 8.경부터 2011. 8.경까지 진폐정밀진단을 받았는데 망인의 진폐병형은 최초 진폐정밀진단 시부터 최종 진폐정밀진단 시까지 진폐병형 2/1형 또는 2/2형, 심폐기능은 2002. 1.경부터 최종 진폐정밀진단 시까지 경도 장해(F1) 또는 경미한 장해(F1/2)에 해당된 사실, ② 망인은 2011. 8.경의 진폐정밀진단을 통해 피고로부터 진폐장해등급 제7급 결정을 받아 사망 시까지 그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은 사실, ③ 2012. 5. 23. 실시된 망인에 대한 폐기능 검사에서 노력성 폐활량(FVC) 49%, 일초량(FEV₁) 31%, 일초율(FEV₁/FVC) 47%로 심폐기능이 고도 장해(F3)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온 사실, ④ 그 이후에 심폐기능 측정이 다시 이루어진 바 없고 2014. 4.경 촬영된 흉부방사선영상에서 진폐병형이 2/3형으로 나타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의 진폐병형은 최초 진폐정밀진단 시부터 2014. 4.경까지 제2형으로 유지되었던 반면, 심폐기능은 2012. 5. 23. 고도 장해(F3)로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2012. 5. 23.을 기준으로 망인의 진폐장해 상태는 ‘진폐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 장해가 남은 경우’로서 진폐장해등급 제1급 기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 [별표 11의2] 참조).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2012. 5. 23.부터 피고에게 더 높은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망인의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의 사망 후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진폐증이 2014. 4.경까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2012. 5. 23.에는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 2012. 5. 23.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하였을 때 소외 1이 보험급여 청구를 한 2016. 6. 14.에 3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민유숙

주심     대법관 이동원